
어제는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집 근처 도로에서 사고 난 걸 목격했거든요. 오토바이가 쓰러져 있고 사람은 저만치 튕겨 나가 있는데,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그런데 참 신기하죠.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차를 세우고 뛰어갔습니다. 누구는 수신호를 하고, 누구는 부서진 오토바이를 치우고, 또 어떤 분은 구급차가 올 때까지 쓰러진 사람 손을 꼭 잡고 계속 말을 걸어주더군요.
그 따뜻한 광경을 보고 집에 돌아왔는데, 왠지 마음이 묘해서 틀게 된 영화가 바로 브래드 피트 주연의 <퓨리>였습니다.
영화는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제가 본 게 ‘어떻게든 살리려는 마음’이었다면, 이 영화는 ‘어떻게든 죽여야 내가 사는’ 지옥을 보여줍니다. 1945년 전쟁 막바지, 전차 한 대에 몸을 실은 5명의 병사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나치는 애들까지 총을 들려 내보내고, 항복하려는 사람들을 반역자라며 길거리에 매달아 놓더군요.
영화 보는 내내 아까 그 사고 현장의 시민들이 겹쳐 보였습니다. "저렇게 착한 사람들이 전쟁터에 던져지면 저 영화 속 인물들처럼 변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어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셔먼과 타이거, 그 말도 안 되는 싸움
기록을 좀 찾아보니 영화 속 탱크 싸움이 과장이 아니더라고요. 미군이 타던 ‘셔먼’은 독일의 괴물 탱크 ‘타이거’한테 상대가 안 됐습니다. 실제로 미군 기갑사령부 기록을 봐도 타이거 한 대 잡으려면 셔먼 다섯 대가 희생되어야 했다는 ‘5:1 법칙’이 있었다고 합니다.
포탄이 적 탱크 장갑에 맞고 팅팅 튕겨 나가는 무력감 속에서 병사들이 느꼈을 공포... 그건 아마 제가 도로 위 아수라장을 보며 느꼈던 두려움보다 수만 배는 더 컸겠죠. 그 공포를 이기려고 워대디(브래드 피트)가 그렇게 대원들을 모질게 몰아붙였나 봅니다.
"우린 좋은 사람들이었어"
대원 중 한 명이 죽기 전에 툭 던진 이 대사가 자꾸 귓가에 맴돕니다. 맞아요. 그들도 전쟁만 아니었다면, 제가 어제 도로에서 본 그 선량한 시민들처럼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고 도와주던 평범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영화 마지막에 독일 소년병이 주인공을 발견하고도 그냥 못 본 척 지나쳐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참았던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 저 아이도 결국 죽이고 싶지 않은 거구나. 좋은 사람이고 싶은 거구나." 싶어서요. 인간의 본성은 원래 악한 게 아니라, 상황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마치며
평소 전쟁 영화라면 그저 쏘고 터지는 액션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본 그 뜨거운 ‘인류애’와 영화 속 차가운 ‘살육’의 대비가 저에게 묵직한 숙제를 던져준 기분입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도로 위에서 손을 잡아주던 그 시민들처럼 말이죠. 씁쓸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밤입니다. 혹시 아직 이 영화를 안 보셨다면, 액션보다는 ‘사람의 마음’에 집중해서 한번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
역사적 기록 참고
이 글은 미 육군 군사사(CMH)의 2차 대전 전차 전 기록과 독일 연방 기록보관소의 소년병 징집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영화적 각색 너머의 실화를 확인하고, 직접 겪은 사고 현장의 감동을 엮어낸 개인적인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