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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리뷰 (박종철, 민주화운동, 6월항쟁)

by rena9733 2026. 3. 24.

1987
1987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이 정말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영화 「1987」을 보기 전까지 이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인지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는 무겁고 교훈적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보다 훨씬 생생하고 분노를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중심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권력과 드러내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권력의 은폐와 평범한 사람들의 저항

영화는 1987년 1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대공분실이란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전신) 산하 대공수사처가 운영하던 조사 시설로, 당시 민주화 운동 관련자들을 불법 구금하고 고문하던 곳입니다. 22세 서울대생 박종철이 이곳에서 수배 중인 선배의 소재를 대라는 추궁을 받다 물고문으로 사망하는 장면은, 보는 내내 숨이 막힐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고문 장면은 과장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 증언에 따르면 당시 남영동 대공분실의 고문은 영화보다 훨씬 더 잔혹했다고 합니다(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과연 저 시대에 태어났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권력은 박종철의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 치밀한 각본을 준비합니다. 화장을 서두르고, 부검을 막으려 하며,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도 안 되는 사인을 발표하죠. 그러나 이 거짓말은 생각보다 빨리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서울지검 최환 검사(하정우)가 부검을 강행하고, 중앙대 의대 오연상 교수(박원상)가 양심껏 부검 소견서를 작성하면서 진실의 첫 조각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인상 깊게 본 부분은 이들이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점입니다. 검사는 법을 지키려 했고, 의사는 의학적 사실을 기록했으며, 교도관(유해진)은 감옥에서 쓴 글을 밖으로 전달했습니다. 솔직히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영화는 그것이 가능했음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동아일보 윤상삼 기자(이희준)가 진실을 취재하는 과정은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줍니다. 당시는 보도지침으로 언론이 통제되던 시기였지만,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파헤칩니다. 여기서 보도지침이란 정부가 언론사에 내리는 비공식 검열 지침으로, 보도할 내용과 방식을 사전에 통제하는 제도입니다. 1987년 당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전 세계 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출처: 국제언론인협회), 이런 취재가 얼마나 용기 있는 행동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1987년 6월, 거리로 나선 시민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개인의 저항에서 집단적 항쟁으로 확장됩니다. 박종철 사건의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이어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사망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폭발합니다. 6월 민주항쟁, 정확히는 6·10 민주항쟁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일반적으로 6월항쟁은 학생운동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광범위한 시민 저항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뿐 아니라 직장인, 주부, 종교인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이들의 요구는 명확했습니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입니다.

여기서 직선제란 국민이 직접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당시는 간선제, 즉 대통령이 선출한 선거인단이 다음 대통령을 뽑는 구조였기 때문에 사실상 권력 세습이 가능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보면서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권리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영화에서 연희(김태리)라는 인물은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처음에는 시위에 무관심했지만, 삼촌(유해진)의 부탁으로 진실이 담긴 글을 전달하면서 점차 변화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는 장면을 목격한 후 거리로 나섭니다. 이 장면은 제게 특히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연희처럼 우리 대부분은 처음부터 용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 그때 용기를 내는 것이죠.

영화는 125명의 배우가 출연하는데, 모두 주연급임에도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이희준, 박희순, 강동원까지. 이런 캐스팅은 단순히 화려함을 넘어 '민주주의는 특정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강동원이 연기한 이한열 역할은 시나리오 단계에서 "잘생긴 남학생"으로만 표기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강동원이 먼저 출연 의사를 밝히면서 투자와 제작이 본격화되었고, 덕분에 많은 배우들이 참여할 수 있었죠. 제 생각에 이런 배우들의 결단도 일종의 용기입니다. 상업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역사적 의미를 우선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영화 마지막,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치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실제로 1987년 6월 10일부터 29일까지 전국에서 약 5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결국 6월 29일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대통령 직선제 수용을 골자로 한 6·29 선언을 발표하면서, 한국은 민주주의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됩니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1987년'이라는 숫자가 그저 역사책의 한 페이지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희망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금 제가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투표하고,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의 희생 덕분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깨달았습니다.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민주주의는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입니다. 1987년에 얻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무관심해진다면, 언제든 다시 후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사회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작은 것이라도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이 영화를 보신다면,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받아들이시길 권합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 말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E4aGYKUr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