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을 여러 개 바를 때마다 가끔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하나를 바르고 얼마나 기다렸다가 다음 화장품을 발라야 할까요?
저도 토너나 세럼, 앰플, 수분크림을 같이 사용하는 날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시간을 재면서 바르지는 않습니다. 하나를 바르고 손으로 만졌을 때 끈적이는 느낌이 어느 정도 없어지면 다음 제품을 바르는 편입니다.
그런데 스킨케어 방법을 찾아보다 보면 30초를 기다리라는 이야기도 있고, 세럼은 1분 정도 흡수시킨 다음 크림을 바르는 게 좋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오래 기다리면 당연히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에 바른 화장품이 충분히 흡수된 다음 다른 제품을 발라야 서로 섞이지 않고 제대로 흡수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저도 1분을 정확하게 지켜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이 1분이라는 시간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실제로 화장품을 바르고 1분을 기다리는 것과 바로 다음 제품을 바르는 것에는 차이가 있는지도 찾아봤습니다.
스킨케어에는 정말 '1분 규칙'이 있을까요?
먼저 피부과에서 권하는 스킨케어 방법부터 찾아봤습니다.
미국피부과학회에서는 세안한 뒤 피부에 사용하는 치료제가 있다면 먼저 바르고, 그다음 보습제나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는 기본적인 순서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궁금했던 시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토너를 바르고 30초, 세럼을 바르고 1분, 크림을 바르기 전 5분처럼 정해진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세럼을 바른 뒤 1분 기다리세요'라는 말을 모든 화장품에 똑같이 적용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연달아 발라도 똑같을까요?
이것도 궁금해서 조금 더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연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정말 1분, 15분, 30분을 비교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제가 찾던 것과 비슷하게 실제로 시간을 다르게 해서 비교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사람 피부에 먼저 보습제를 바른 다음 1분, 15분, 30분을 기다리고 다른 물질을 발라 피부를 통과하는 정도가 달라지는지 확인한 연구였습니다.
처음에는 결과를 보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30분 기다린 경우가 제일 낫지 않을까?
아무래도 오래 기다렸으니 먼저 바른 보습제가 충분히 흡수됐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제가 예상했던 것처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수분이 많은 보습제를 먼저 사용한 경우 나중에 바른 물질이 피부를 통과하는 정도에 변화가 있었고, 특히 1분과 15분 간격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즉 오래 기다릴수록 다음에 바른 성분이 더 잘 흡수되는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그동안 화장품은 오래 기다렸다가 다음 것을 바르는 게 당연히 좋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1분이 가장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연구에서 1분이라는 시간이 나왔다고 해서 처음에는 '그럼 역시 1분 기다리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연구 내용을 자세히 보면 그렇게 볼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얼굴에 세럼을 바르고 크림을 바르는 방법을 비교한 실험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 피부를 이용한 실험에서 보습제를 먼저 바르고 벤조산이라는 물질을 나중에 발라 피부를 통과하는 정도를 측정한 연구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결과만 가지고
'세럼을 바르고 1분 기다리면 다음 화장품이 가장 잘 흡수된다'
라고 말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제가 이 연구에서 알게 된 것은 오히려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먼저 바른 화장품이 피부 상태에 영향을 주고, 그 상태가 다음에 바르는 성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습제를 먼저 바르면서 피부에 수분이 많아진 상태가 다음에 바른 물질이 피부를 통과하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이 단순히 몇 분을 기다렸느냐만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오래 기다린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부분이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 가장 달랐습니다.
저는 앞에 바른 화장품이 완전히 흡수된 다음다음 제품을 바르는 것이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분보다는 5분, 5분보다는 더 오래 기다리면 흡수에는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연구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앞에 무엇을 발랐는지에 따라 피부 상태가 달라질 수 있고, 다음에 어떤 성분을 바르는지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자료를 더 찾아보니 2026년에 나온 연구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여러 제품을 차례로 바를 때 먼저 바른 제품 때문에 다음에 바른 성분의 피부 흡수가 달라질 수 있는지 기존 연구들을 모아서 살펴본 자료였습니다.
여기에서도 '몇 분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다'는 하나의 답은 없었습니다.
피부 상태도 다르고, 먼저 바르는 제품의 제형도 다르고, 어떤 성분을 같이 사용하는지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가 처음 궁금했던
'그래서 몇 분 기다리면 되는데?'
라는 질문에 딱 떨어지는 숫자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흡수됐다'고 알까요?
자료를 찾아보다가 또 하나 궁금해졌습니다.
저 역시 화장품을 바르고 나서 '이제 어느 정도 흡수됐네'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제 피부 속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손으로 얼굴을 만져봤을 때 처음보다 덜 끈적거리거나 피부 표면이 어느 정도 보송해지면 그냥 흡수됐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끈적임이 없어지는 것과 화장품 성분이 피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품에 들어 있던 수분이 증발할 수도 있고 피부 표면에 남아서 역할을 하는 성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흡수된 다음다음 제품을 바르세요'라는 말도 생각보다 애매했습니다.
도대체 언제가 완전히 흡수된 순간인지 집에서 화장품을 바르면서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는 조금 기다렸다가 바릅니다
그렇다고 제가 앞으로 화장품을 쉬지 않고 계속 덧바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처럼 앞에 바른 제품의 끈적임이 어느 정도 없어지면 다음 제품을 바르려고 합니다.
이유는 흡수 때문이라기보다 사용감 때문입니다.
앞에 바른 제품이 피부에 많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바로 다음 제품을 바르면 화장품끼리 섞이면서 밀릴 때가 있습니다.
특히 아침에는 스킨케어 다음에 화장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더 잘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을 정확하게 재는 것보다 손으로 피부를 만져보고 너무 끈적이지 않을 때 다음 제품을 바르는 방법이 편합니다.
다만 이제는 1분을 기다렸다고 해서 '앞에 바른 세럼이 완전히 흡수됐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피부에서 느껴지는 사용감과 실제 성분의 피부 침투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30초, 1분, 5분 중 어떤 게 맞을까요?
처음에는 이 글을 쓰면서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토너는 몇 초, 세럼은 몇 분, 크림은 얼마 후에 바르면 된다는 기준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볼수록 오히려 그런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일반적인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할 때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1분 규칙'은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시간을 달리해 사람 피부를 관찰한 연구에서도 오래 기다릴수록 무조건 다음 성분의 피부 침투가 증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먼저 사용한 제품이 피부를 어떤 상태로 만들었는지, 다음에 무엇을 바르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굳이 스킨케어를 하면서 타이머까지 켜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처럼 앞에 바른 제품의 끈적임이 어느 정도 줄어들면 다음 제품을 바르고, 계속 밀린다면 조금 더 기다려보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 가장 달랐던 부분은 이것이었습니다.
화장품은 오래 기다렸다가 바를수록 더 잘 흡수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피부에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시간을 정확하게 재면서 화장품을 바르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대신 여러 제품을 함께 사용할 때 피부가 불편하지 않은지, 제품끼리 밀리지는 않는지, 어느 정도 간격을 두었을 때 사용하기 편한지를 보면서 조절하려고 합니다.
결국 저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1분'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제가 사용하는 화장품에 맞는 간격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참고자료
- Hui X, Maibach H. In vitro human skin percutaneous penetration: does a second topical application effect flux of first application? Journal of Dermatological Treatment. 온라인 공개 2020, 저널 게재 2022.
PubMed: https://pubmed.ncbi.nlm.nih.gov/32633593/ - Burstein SE, Maibach HI. The Effect of Sequential Topical Application of Dermatologic Medications on Absorption: Clinical Considerations. Skin Pharmacology and Physiology. 2026.
PubMed: https://pubmed.ncbi.nlm.nih.gov/41610072/ -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ssociation. Should I apply my skin care products in a certain order?
https://www.aad.org/public/everyday-care/skin-care-basics/care/apply-skin-care-certain-or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