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을 보다 보면 '논코메도제닉 테스트 완료'라는 문구를 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여드름이나 뾰루지가 잘 생기는 피부라면 한 번쯤 눈여겨보게 되는 표시입니다.
논코메도제닉(Non-comedogenic)을 찾아보면 보통 '모공을 막지 않는 화장품'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모공을 막지 않는다는 것은 이 화장품을 사용하면 여드름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일까요?
그리고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공을 막는 성분 리스트'도 궁금했습니다.
어떤 성분은 코메도제닉 1점, 어떤 오일은 4점처럼 숫자로 표시되어 있는데, 점수가 높은 성분이 하나라도 들어 있으면 그 화장품은 피해야 하는 걸까요?
처음에는 간단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논코메도제닉이라는 표시보다 코메도제닉을 어떻게 판단해 왔는지가 더 흥미로웠습니다.
논코메도제닉에서 '코메도'는 무엇일까요?
먼저 단어의 뜻부터 알아봤습니다.
코메도(comedo)는 면포를 의미합니다.
피지와 각질 등이 모낭에 쌓이면서 생길 수 있고, 입구가 닫혀 있으면 화이트헤드라고 부르는 폐쇄면포, 열려 있으면 블랙헤드라고 부르는 개방면포가 됩니다.
따라서 논코메도제닉은 말 그대로 면포를 잘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피부과학회(AAD)에서도 여드름이 잘 생기는 피부라면 화장품을 고를 때 non-comedogenic, won't clog pores 등의 표시를 확인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면포를 만들 가능성이 낮다는 것과 여드름이 절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여드름은 화장품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드름이 생기는 이유는 모공 막힘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논코메도제닉이라는 말을 처음 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모공을 막지 않는다 → 면포가 생기지 않는다 → 여드름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여드름 발생에는 피지 분비, 모낭의 각질화, 염증 등 여러 과정이 관여합니다.
호르몬 변화나 스트레스, 사용하는 피부·헤어 제품 등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국피부과학회 역시 성인 여드름에 여러 요인이 관여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논코메도제닉이라는 표시를 '이 제품을 사용하면 여드름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증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드름이 잘 생기는 사람이 화장품을 고를 때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조건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궁금해졌습니다.
화장품이나 화장품 원료가 면포를 만드는지는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과거에는 토끼 귀로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은 자료를 찾아보다가 처음 알게 됐습니다.
과거 화장품 원료의 코메도제닉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토끼 귀 모델(rabbit ear model)이 사용됐습니다.
시험할 물질을 토끼 귀에 반복적으로 바르고 모낭에 미세면포가 형성되는지를 관찰하는 방법입니다.
실제로 여러 화장품 원료와 제품의 코메도제닉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이런 방법이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토끼 귀에서 나타난 결과를 사람 피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한계가 지적됐습니다.
1982년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에 발표된 논문에서도 토끼 귀 시험과 실제 사람에서 나타나는 결과 사이의 관계를 해석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직접 시험하면 결과가 같았을까요?
사람 피부에서 확인하자 결과가 달랐습니다
1982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코메도제닉 가능성을 평가하는 연구도 발표됐습니다.
면포가 잘 생기는 젊은 성인의 등 위쪽 피부에 시험 물질을 반복적으로 적용한 뒤 모낭의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토끼 모델이 사람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입니다.
토끼 귀에서 약한 코메도제닉 반응을 보였다고 해서 사람에게도 반드시 같은 정도로 면포를 만든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여기까지 보고 나니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코메도제닉 점수'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코메도제닉 4점 성분이 있으면 피해야 할까요?
화장품 성분을 검색하다 보면 성분마다 코메도제닉 등급을 매겨놓은 표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오일은 1점이고 다른 성분은 3점이나 4점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식입니다.
숫자만 보면 간단합니다.
점수가 높을수록 모공을 잘 막을 것 같고, 그런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여드름 피부라면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빠져 있는 것이 있습니다.
원료 하나를 시험하는 것과 여러 성분이 섞인 완성된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은 같은 조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 화장품에는 해당 성분이 어느 정도 농도로 들어 있는지도 다르고 다른 여러 성분과 함께 하나의 제형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특정 성분의 코메도제닉 평가 결과를 완성된 화장품 전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한 연구가 있습니다.
완성된 화장품을 직접 시험했더니 달랐습니다
2006년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에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연구진은 과거 코메도제닉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성분을 포함한 완성된 화장품을 사람 피부에서 다시 평가했습니다.
6명의 참가자 등 위쪽 피부에 제품을 일주일에 세 번씩 4주 동안 적용하고 미세면포의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결과가 흥미로웠습니다.
코메도제닉으로 알려진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해서 완성된 화장품까지 반드시 코메도제닉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부분이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가장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었습니다.
인터넷 성분표에서 코메도제닉 점수가 높은 성분 하나를 발견했다고 해서 바로
'이 제품은 모공을 막는 화장품이다.'
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같은 성분인데 왜 완제품에서는 결과가 달라질까요?
생각해보면 화장품은 원료 하나를 그대로 얼굴에 바르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크림이나 선크림 안에도 많은 성분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전성분표에서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어도 각각 정확히 몇 %가 들어 있는지까지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료 자체를 비교적 높은 농도로 시험했을 때 나타난 결과와 완성된 화장품 안에 일부 포함됐을 때의 결과가 같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또 화장품은 여러 원료가 섞여 최종적인 제형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코메도제닉 성분이 들어 있다 = 그 화장품도 코메도제닉 하다'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코메도제닉 성분에 관한 기존 자료가 전혀 의미 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특정 원료의 면포 형성 가능성을 알아보는 참고자료로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 숫자를 완성된 화장품의 점수처럼 사용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코메도제닉 표시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까지 찾아보면 반대로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논코메도제닉이라는 표시도 별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요?
그렇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여드름이 잘 생기는 피부라면 미국피부과학회에서도 보습제나 메이크업 제품 등을 선택할 때 non-comedogenic 또는 won't clog pores라고 표시된 제품을 선택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다만 표시가 의미하는 범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논코메도제닉을 찾아보고 알게 된 것
처음에는 '논코메도제닉이면 여드름이 안 생기는 것 아닌가?'라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오히려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코메도제닉 성분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가 더 흥미로웠습니다.
과거에는 토끼 귀를 이용한 시험이 사용됐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토끼 모델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더 나아가 코메도제닉 가능성이 있는 성분을 포함한 완성된 화장품을 사람에게 시험했을 때는 개별 원료의 평가 결과와 완제품의 결과를 단순하게 연결할 수 없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화장품을 볼 때 논코메도제닉이라는 표시는 제품 선택에 참고할 수 있지만 여드름이 절대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에서 어떤 성분의 코메도제닉 점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화장품 전체를 바로 제외할 필요도 없습니다.
결국 제가 이번에 알게 된 것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논코메도제닉은 '여드름이 생기지 않는 화장품'이라는 뜻이 아니라, 면포 형성 가능성을 고려해 제품을 고를 때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화장품을 판단할 때는 성분 하나의 점수보다 완성된 제품을 봐야 한다는 것도 함께 기억해두려고 합니다.
참고자료
-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ssociation. Moisturizer: Why you may need it if you have acne.
- Mills OH Jr, Kligman AM. A human model for assessing comedogenic substances. Archives of Dermatology. 1982.
- Frank SB. Is the rabbit ear model, in its present state, prophetic of acnegenicity?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1982.
- Draelos ZD, DiNardo JC. A re-evaluation of the comedogenicity concept.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2006.